1.큰 것부터 작은 것으로
퇴고는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다듬는 일입니다. 많은 사람이 맞춤법부터 고치는데, 그러면 나중에 문단을 통째로 지우게 되면 그 수고가 헛수고가 됩니다. 고치는 순서는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내려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.
가장 먼저 글 전체가 목적과 독자에 맞는지, 주제가 분명한지를 봅니다. 다음으로 문단의 구성과 순서, 그다음 문장의 길이와 호응, 그다음 낱말의 정확성, 마지막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봅니다.
마지막 맞춤법 단계에서는 이 과정 2~3강에서 다룬 항목이 가장 자주 걸립니다. 아래 짝들은 퇴고 때 한 번씩 검색해 볼 만한 것들입니다. 워드프로세서의 찾기 기능으로 '되요', '됬', '께요', '몇일'을 검색하면 대부분 금방 잡힙니다.
| 단계 | 확인할 것 |
|---|---|
| 글 전체 | 목적과 독자에 맞는가,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, 빠진 내용이나 필요 없는 내용은 없는가 |
| 문단 | 한 문단에 한 생각인가, 중심 문장이 있는가, 문단 순서가 자연스러운가 |
| 문장 | 너무 길지 않은가,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가, 꾸미는 말의 위치가 분명한가 |
| 낱말 | 뜻이 정확한가, 같은 말이 겹치지 않는가, 번역투나 어려운 한자어는 없는가 |
| 맞춤법 | 맞춤법·띄어쓰기·문장 부호가 바른가 |
- 틀림: 자료는 내일까지 보내 드릴께요.바름: 자료는 내일까지 보내 드릴게요.소리는 [께]로 나도 어미는 '-ㄹ게'로 적습니다. '드리다'는 보조 용언이라 '보내드릴게요'로 붙여 써도 됩니다.
- 틀림: 담당자로써 책임지겠습니다.바름: 담당자로서 책임지겠습니다.자격을 나타내므로 '-로서'입니다.
- 틀림: 확인할 수 있는데로 알려 드리겠습니다.바름: 확인할 수 있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.관형사형 뒤의 '대로'는 의존 명사라 띄어 씁니다.
2.고쳐쓰기의 네 가지 원리
글을 고치는 방법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. 부족한 내용을 보태는 첨가, 필요 없는 내용을 빼는 삭제, 알맞지 않은 말을 다른 말로 바꾸는 대치, 순서나 구성을 다시 짜는 재구성입니다. 어디가 문제인지 찾았다면 이 넷 중 무엇을 할지 고르면 됩니다.
- 첨가: 근거가 빠진 주장에 근거를 보탠다, 생략된 주어를 채운다
- 삭제: 같은 말의 반복, 주제와 관계없는 문장을 뺀다
- 대치: 모호한 말을 정확한 말로,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꾼다
- 재구성: 문단 순서를 바꾸거나, 긴 문장을 두세 문장으로 나눈다
- 삭제: '미리'와 '사전에'는 뜻이 겹치므로 하나를 뺍니다.
- 대치: '~에 있어서'를 '~에서'로, 이중 피동 '판단되어집니다'를 '판단합니다'로 바꿉니다.
- 첨가: '그것'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'수집한 의견'으로 채웁니다.
- 재구성: 사실(수집했다)과 판단(반영해야 한다)을 두 문장으로 나눕니다.
3.겹치는 말 걷어 내기
한자어와 고유어가 뜻이 겹친 채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. 하나를 빼도 뜻이 그대로라면 뺍니다. 글이 짧아지고 단단해집니다.
- 틀림: 미리 예약하세요.바름: 예약하세요.'예약(豫約)'에 이미 '미리'라는 뜻이 있습니다. 말할 때는 흔히 쓰지만, 다듬은 글에서는 하나만 써도 뜻이 같습니다.
- 틀림: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다.바름: 과반수가 찬성했다.'과반수'가 '절반이 넘는 수'라는 뜻입니다.
- 틀림: 남은 여생을 고향에서 보냈다.바름: 여생을 고향에서 보냈다.'여생(餘生)'이 '남은 생'입니다.
- 틀림: 함께 동참해 주세요.바름: 동참해 주세요. / 함께해 주세요.'동참(同參)'에 '함께'라는 뜻이 있습니다.
- 틀림: 약 10명 정도가 왔다.바름: 약 10명이 왔다. / 10명 정도가 왔다.'약'과 '정도'는 같은 뜻이라 하나만 씁니다.
4.번역투와 피동·사동 고치기
외국어 문장 구조를 그대로 옮긴 듯한 표현을 번역투라고 합니다. 틀렸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, 대개 더 짧고 자연스러운 국어 표현이 있습니다. 퇴고할 때는 '더 쉬운 말이 있는가'를 기준으로 고릅니다.
피동은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. '보이다, 잊히다, 쓰이다'는 이미 피동사이므로 여기에 '-어지다'를 더한 '보여지다, 잊혀지다, 쓰여지다'는 피동이 겹친 표현입니다. 또 '-시키다'는 남에게 시키는 뜻이 있을 때만 씁니다. 내가 직접 소개했다면 '소개했다'입니다.
- 틀림: 회의를 가졌다.바름: 회의를 했다. / 회의를 열었다.사전에 오른 쓰임이지만 번역투로 자주 지적됩니다. '하다', '열다'가 더 자연스럽습니다.
- 틀림: 이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.바름: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.'~에 있어서'는 대개 '~에서'로 충분합니다.
- 틀림: 좋은 결과가 기대되어진다.바름: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.'-되다'에 '-어지다'를 겹친 이중 피동입니다.
- 틀림: 그 사건은 사람들에게 잊혀졌다.바름: 그 사건은 사람들에게 잊혔다.'잊히다'가 이미 피동사입니다.
- 틀림: 이 방법이 더 낫다고 보여진다.바름: 이 방법이 더 나아 보인다. / 이 방법이 더 낫다고 본다.'보이다'에 '-어지다'를 겹친 이중 피동입니다.
- 틀림: 친구에게 동생을 소개시켜 주었다.바름: 친구에게 동생을 소개해 주었다.내가 직접 소개했으므로 사동 '-시키다'가 필요 없습니다.
5.긴 문장 나누기와 호응 맞추기
한 문장에 생각이 여러 개 들어가면 주어와 서술어가 멀어지고, 호응이 어긋나기 쉽습니다. 문장이 두 줄을 넘거나 연결 어미(-고, -며, -는데, -어서)가 세 번 넘게 이어지면 나눌 곳을 찾아봅니다. 1강에서 배운 '주어만 남기고 서술어 붙여 읽기'를 함께 씁니다.
- 틀림: 이번 행사는 지역 주민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기획되었는데 홍보가 늦어져서 참가자가 적었고 다음에는 일찍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.바름: 이번 행사는 지역 주민의 참여를 높이려고 기획되었다. 그러나 홍보가 늦어 참가자가 적었다. 다음에는 일찍 알려야 한다.생각 셋을 세 문장으로 나누고, 이중 피동 '생각되어진다'와 늘어진 '~것이 필요하다'를 고쳤습니다.
- 틀림: 이 보고서의 목적은 고객 불만을 줄이고자 한다.바름: 이 보고서의 목적은 고객 불만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.'목적은'에는 '~하는 것이다'가 호응합니다.
6.한 문단을 통째로 퇴고하기
실제 글에는 문제가 하나씩 따로 오지 않습니다. 아래 업무 메일 문단에는 이 강의와 2·3강에서 다룬 문제가 여러 개 섞여 있습니다. 체크리스트의 순서대로, 문장 → 낱말 → 맞춤법의 차례로 고쳐 봅니다.
- 번역투: '회의를 가진 결과'는 '회의를 한 결과' 또는 '회의에서'로 바꿉니다.
- 이중 피동: '결정되어졌습니다'는 '-되다'와 '-어지다'가 겹쳤습니다. '결정되었습니다' 또는 주체를 살려 '정했습니다'로 고칩니다.
- 겹치는 말: '미리 사전에'는 같은 뜻이 두 번입니다. '미리'만 남깁니다.
- 띄어쓰기: '확정되는데로'의 '대로'는 '~하는 즉시'라는 뜻의 의존 명사이므로 '확정되는 대로'로 띄우고, '데로'는 '대로'로 바로잡습니다. '연락 드리겠습니다'의 '-드리다'는 '감사드리다'처럼 앞말에 붙여 쓰는 접미사이므로 '연락드리겠습니다'로 붙입니다.
- 헷갈리는 말: 자격을 나타내므로 '담당자로써'가 아니라 '담당자로서'입니다.
7.AI로 퇴고할 때의 원칙
AI는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데 능숙하지만, 그대로 맡기면 내 문체가 사라지고 뜻이 미묘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. 퇴고를 맡길 때는 '고친 글'보다 '고칠 곳의 목록'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. 고칠지 말지는 내가 판단합니다.
또 AI의 맞춤법 판단도 틀릴 수 있습니다. 특히 보조 용언 붙여 쓰기처럼 원칙과 허용이 함께 인정되는 경우를 틀렸다고 하거나, 반대로 틀린 표기를 그냥 지나치기도 합니다. 의심스러운 항목은 국립국어원의 사전이나 규정에서 직접 확인하세요.
📌 핵심 정리
- 퇴고는 글 전체 → 문단 → 문장 → 낱말 → 맞춤법 순서로 내려간다
- 고쳐쓰기의 네 원리는 첨가·삭제·대치·재구성이다
- '미리 예약', '과반수 이상', '남은 여생'처럼 뜻이 겹친 말은 하나를 뺀다
- '보여지다, 잊혀지다, 되어지다'는 이중 피동 — '보이다, 잊히다, 되다'로 쓴다
- 연결 어미가 세 번 넘게 이어지면 문장을 나누고 호응을 다시 확인한다
- AI에게는 고친 글보다 고칠 곳의 목록을 받아 내가 판단한다
🤖 AI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
복사해서 [ ] 부분을 내 상황으로 바꿔 쓰세요. 답을 그대로 믿지 말고 본문과 비교해 확인하세요.
내 글을 퇴고하되 내 문체는 지키고 싶을 때
아래 글을 직접 고쳐 쓰지 말고, 고칠 곳의 목록만 만들어 줘. 목록은 '글 전체 → 문단 → 문장 → 낱말 → 맞춤법' 순서로 나누고, 항목마다 원래 표현, 제안, 이유(첨가·삭제·대치·재구성 중 무엇인지)를 적어 줘. 보조 용언 붙여 쓰기처럼 원칙과 허용이 모두 인정되는 것은 고칠 곳에서 빼 줘. [글 붙여 넣기]
번역투와 겹치는 표현을 집중적으로 잡고 싶을 때
아래 글에서 뜻이 겹치는 표현(예: 미리 예약), 이중 피동(예: 보여지다), 불필요한 사동(예: 소개시키다), 번역투(예: 회의를 가지다, ~에 있어서)만 찾아 표로 정리해 줘. 확실하지 않은 것은 '판단 보류'로 따로 표시해 줘. [글 붙여 넣기]
- 국립국어원 「한글 맞춤법」
- 국립국어원 「표준국어대사전」
- 중·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일반적 설명(고쳐쓰기의 원리)
학습 목표를 모두 이뤘다면 완료를 눌러 진도에 기록하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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